본 블로그의 제목과 동일한 책 ‘피플웨어’의 저자인 ‘톰 디마르코’의 책 ‘슬랙’ 번역서가 곧 출간됩니다(피플웨어는 이제 절판되었네요).
제가 번역한 책인데 책 출간 전에 몇몇 유용한 주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즉, 책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차용해서 제 의견을 쓴다는 뜻입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작업전환의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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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직에서 지식근로자에게 여러 작업을 동시에 맡기고는 그것을 해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어이, 김대리! A업무에 50%, B업무에 40%, C업무에 10% 할당할 테니 모두 이번 달까지 끝내라고.”라는 식이죠.
물론 실제로 전체 작업의 양이나 분담할 양을 정확히 산정하여 맡기기는 않습니다. 대충 맡기죠. 정확히 산정하는 척해도 그건 가짜죠. 지식근로자의 업무량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도구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창조적인 작업은 정량화할 수 없고, 정량화했다면 그건 창조적인 작업이 아닌 겁니다.
어떤 지식근로자에게 여러 개의 작업을 주고 그것을 동시에 해내라고 할 때는 그에 따르는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지식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몰입을 하기 전에는 뜸들이는 시간이 반드시 소요됩니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마시거나 네이버를 하거나 싸이월드를 하거나 블로그를 보거나 등등 무언가 딴짓을 하다가 어느 순간 몰입을 하게 됩니다.
몰입을 하기 전에 뜸들이는 시간을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정신적 무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원래 인간의 습성이 그러니까요. 곧 몰입을 함으로써 뇌가 혹사 당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전에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면 이내 몰입에 들어가죠. (물론 집중력이나 책임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끝까지 회피하다가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만..)
그러므로 몰입이 필요한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바꿔가며 하게 되면 낭비되는 시간도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톰 디마르코가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번의 작업전환을 통해 집중력을 잃음으로써 직접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20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그렇다는 뜻이며,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국 다음과 같은 공식이 만들어 집니다.
작업전환 비용 = 새 작업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 + 의도하지 않은 중단으로 인한 재작업 + 정신 집중 작업에 요구되는 몰입 시간 + 좌절 + 팀 결속 효과의 손실
부하직원에게 여러 일을 동시에 강요하는 관리자는 본인이 회사의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CEO는 그런 관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근로자의 작업전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니까요.
사람은 듀얼코어 CPU가 아닙니다.
PS: 관리에는 착한 관리와 나쁜 관리가 있는데 나쁜 관리는 단기적 성과에 강하고 착한 관리는 장기적 성과에 강합니다. “강한 것보다 빠른 것이 이기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나쁜 관리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압니다만, 저는 착한 관리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나쁜 관리의 관점(예컨대, ‘닥치고 일해라’ 관점)에서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댓글 7개:
1. 정신적 무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말은 처음 접하는데, 예컨데 저희들은 주로 발동 걸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곤 했거든요. 미리미리 일하기로 소문났던 제가 어느순간 부터 "정신적 무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몰입을 해서, 아슬아슬하게 완성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졌습니다. 아마도 어떤 일이 제게 들어오면 저도 모르게 그 작업을 해내는데 걸릴 시간을 기가 막히게 산정을 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ㅎㅎ
다행히도 아직 일을 망친 적은 없지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2. 작업전환 비용이라는 말도 처음 접했는데요, 전 반대로 도무지 재미없고 능률이 안오르지만 마지못해 해야할 일의 경우 중간중간에 딴 일을 하면서 극복하곤 했는데 말씀대로라면 아주 비효율적인 방법이었군요.
제 상사는 예전에 제가 몇가지 일을 한꺼번에 가져가서 상의를 드리면 화를 냈었어요. ㅎㅎ 제 딴에는 바쁘신 분을 붙잡고 얘기할 시간이 너무 안나서 한꺼번에 상담을 드린것인데 그 이후엔 한가지씩 한가지씩 상의하고 해결한 것을 자발적으로 보고하곤 했거든요. 그랬더니 상사와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었고 일도 능률적으로 이루어졌던 경험이 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작업전환비용에 대한 개념을 예전부터 제안해봐도 도무지 다들 그 폐단은 이해하면서도 개선을 하려고는 하지 않더군요..
그런것도 참 신기합니다.
http://murian.textcube.com/69
관련되어 제가 예전에 짤막하게 적었던 글입니다.
큭..
올렸던 댓글을 수정할수가 없네요. 본의 아니게 댓글란을 지저분하게 하는 드합니다.
작업전환 비용에 관해 올렸던 제 글의 링크가 잘못되었네요.
http://murian.textcube.com/70
입니다.
아, 제가 근무시간에 뭔가 몰입을 시작하기 전에 (쳐)놀던 그 시간은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정신적 무력증’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이군요.
다행입니다.. 나쁜 것이 아니라서ㅎ
하지만 다들 나쁘게 보던데요 ㅠㅠ
나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변명(?)은 소용없겠죠? ㅎㅎㅎ
그래두 다행입니다. 요태까지 저만 게으르고, 못나고, 천성적으로 모자란 인간이라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였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업계 표현으로는 context-switching이라고 하죠. 해커와 화가에서 폴 그레이엄이 얘기하던 그것이고 조엘이 이야기하던 그것 말씀이시군요. 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 덕분에 집중도가 좋아지며 집중도 덕분에 사람에 따라 20배의 효율(성과)차이가 발생하는 거겠죠.
"나쁜 관리가 득세하고 있다."라는 말씀이 충분히 공감됩니다. 득세를 넘어서 이미 일반화된 것 같구요.
이 메트릭스에서 벗어나서 살려면 시온이 있어야겠죠?
재미있는 글이에요..
여러 업무를 병행하면서 느끼는 딱 그기분.. Overhead 라는게 생각나네요 ^^
빠른 것에도 적합한 착한 관리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Agile의 Scrum이나 XP를 추천하시지만, 정말 그것이 빠른 것에 적합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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