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Windows 8이 공식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8월부터 RTM 버전(제조사와 개발자를 위해 미리 제공하는 것으로서 정식 버전과 동일)을 제가 서브로 사용하는 21인치(1920x1080) 터치스크린PC에 설치해서 3개월째 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제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는 메인PC에서는 Windows 8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198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OS를 사용해온 이후로, Widows 8은 제가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MS의 두 번째 OS가 됐습니다! 첫 번째는 Windows Me였습니다. 저는 Vista조차 사용했는데 말이죠.
Windows 8은 MS가 나름 고생해서 만든 제품이겠습니다만, 사용자 관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제품입니다. 새로운 Windows 8 스타일UI(구 메트로UI)와 기존의 데스크톱UI는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로 어색하게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화면이 작은 터치스크린에서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스타일UI는 그럭저럭 쓸 만은 합니다. 그런데 좋은 UI란 기능(Function)과 美(Beauty)가 잘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Windows 8은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스타일UI는 얼핏 보면 깔끔합니다. 하지만 특히 대형모니터에서는 공간의 낭비가 심하고, 마우스로는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여러 앱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스타일UI는 대형모니터를 앞에 두고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는 사용자를 위한 UI가 결코 아닙니다. 스마트폰, 태블릿에 적합한 UI를 데스크톱PC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죠. 물론 Windows 8에서는 기존 데스크톱UI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게 Windows 7 대비 별로 이점이 없거든요. 계속 스타일UI에 대해 얘기해보죠.
Windows 8의 초기화면에 표시되는 타일(Tile) 메뉴를 보면, 하나의 타일이 차지하는 공간이 쓸데없이 큽니다. 물론 커서 터치하기는 좋지만 많은 타일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앱의 개수가 많아지면 끔찍합니다. 거기에다 일반 타일의 두 배 크기인 라이브타일(Live Tile)은 말 그대로 실시간 정보를 표시하는데, 얼핏 보면 예쁘지만 그리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표시하는데다 공간의 낭비가 더 심합니다.
또한 스타일UI를 쓰다 보면, 참바(Charm Bar, 안드로이드폰의 화면 하단 물리버튼과 흡사한 역할을 함)라는 메뉴를 스크린 오른쪽에서 터치를 드래그해 계속 불러내야 하는데 이게 엄청나게 피곤합니다. 항상 표시하기에는 부담이 돼서 숨겨놓은 거 같은데 매번 불러내기 너무 귀찮아요.
스타일UI에서 앱을 실행시키면 언제나 풀스크린으로 앱이 실행됩니다. 스냅뷰라고 해서 동시에 두 개의 앱을 띄울 수 있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라면 몰라도, 대형모니터에서 최대 두 개의 앱 화면만을 보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입니다. 더군다나 윈도우스토어에 들어가보면 사용할 수 있는 앱의 개수가 무척 적을 뿐만 아니라 수준 낮은 앱이 대다수입니다.
MS는 윈도우폰과 서피스를 살리기 위해 PC 유저에게도 동일한 스타일UI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물이 Windows 8입니다. 그런데 MS는 모바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터치스크린이 없는 일반 데스크톱PC 사용자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UI를 강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MS의 명백한 과욕과 오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20인치 이상의 표준모니터를 가진 일반 데스크톱PC에서 스타일UI를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을까요? 억지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PC의 가장 큰 장점인 멀티태스킹을 위해서는 빈번하게 앱을 전환해야 해야 하고 이는 결국 작업 속도를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스타일UI가 싫으면 초기화면에서 ‘데스크톱’이라고 표시된 타일을 클릭해서 기존 데스크톱UI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부팅 때마다 사용하지도 않을 스타일UI를 반드시 거쳐서 데스크톱 모드로 들어가야 하며, 이게 셋방살이 하는 느낌입니다.
제가 Windows 8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는 메인PC에서 터치스크린이 아닌 27인치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7인치 모니터에서 앱을 풀스크린으로 사용하거나 기껏해야 스냅뷰로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더욱이 스타일UI는 마우스로 이용하기에 적합하지도 않습니다.
- 그렇다고 저는 모니터를 터치스크린으로 바꿀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PC에서 주로 문서 작성,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등을 하며 항상 여러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터치스크린을 가진 서브PC에서 일부러 저의 사용 패턴에 맞춰 마우스, 키보드, 터치스크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을 해보니 너무나도 비효율적입니다.
- 그렇다고 Windows 8의 데스크톱UI 환경에 커다란 매력을 느낄만한 개선사항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시작메뉴가 없어서 맘대로 사용하기에 불편합니다. Windows 8에서 데스크톱UI는 확실히 푸대접 받고 있습니다. 제품 발표회에서도 스타일UI만 강조하더군요.
- Windows 8은 기본 UI가 스타일UI이고 거의 대부분의 신기능이 스타일UI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용 패턴상 터치 기능이 필요 없고, 그에 따라 스타일UI는 안 쓸 것이고, 데스크톱UI 환경은 매력적인 개선사항이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Windows 8을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소위 얼리어댑터입니다. 저는 정말 새로운 OS를 좋아하며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런 저조차 사용하지 않게 만들 정도이니 MS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습니다.
저와 유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업무용으로 Windows 8을 도입하는 걸 꺼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소한 데스크톱PC에서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Windows 8을 이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 시장에서 발생하는 MS의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MS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에 완전히 동일한 UI를 제공하겠다”는 MS의 야심은 과욕에 그칠 거 같습니다. 기기마다 사용 패턴이 다 다르므로 각각의 기기에 최적화된 UI를 제공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한해 사용자경험의 일관성을 제공해야지, 이런 기계적인 통합은 사용자를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결과적으로 Windows 8은 모바일에 맞는 UI를 데스크톱PC 이용자들에게 강요하는 꼴이 됐고, 이는 MS의 커다란 패착이 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Windows 8은 MS의 과욕과 오만이 나은 불쌍한 제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Windows 8이 쓸모 없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여러분이 터치스크린을 가진 PC나 노트북을 갖고 있다면 Windows 8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일 여러분이 새로운 PC나 노트북을 살 생각이라면 기왕이면 터치스크린을 가진 것을 사면 좋겠죠. 다만,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만큼의 효용을 얻을 지는 의문입니다.
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Windows 8은 터치스크린에 적합한 사용 패턴을 가진 일부 사용자(특히 모바일 사용자)에게는 의미가 있겠지만, 터치스크린이 없는데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띄어놓고 작업하는 사용 패턴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굳이 업그레이드할만한 가치가 없는 OS라는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반 사용자든, 기업 사용자든, Windows 8로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 MS가 아주 싼 가격에 제품을 풀고 있는데다,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해 초반에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MS에게 있어서 Windows 8은 PC 사용자들에게는 외면 받고 자사의 스마트폰/태블릿도 살리지 못한 최악의 제품으로 역사에 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MS는 많은 분야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계속 노쇠해져 가고 있는 MS의 기업 경쟁력 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MS의 기업 경쟁력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