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6일

NHN의 제로보드 인수? 또는 지원?

최근 NHN(네이버)가 제로보드를 인수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이미 NHN 직원인 제로보드 개발자가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단지 제로보드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제로보드의 상표권을 NHN이 가진다는 내용이군요.

관련 글:
[RingBLOG] NHN, 제로보드 오픈소스화 '대신 상표권 인수'
[알짜매니아] NHN, '인수'라는 표현쓴 이유는?

아마도 위에 소개한 알짜매니아님은 대기업에 근무하고 계시거나 또는 근무하신 적이 있는 분 같습니다. 아주 잘 알고 계시네요. 직무발명은 무서운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그 원래 의미가 어떠하든 실제로는 “회사에서 한 모든 일은 회사 것이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자유발명의 범위는 사실상 모호합니다. NHN은 이번 일을 통해 제로보드를 확실히 직무발명화한 것입니다.

회사를 인수한 것도 아니고 인수 대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NHN은 굳이 인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아마도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표현을 좀 가공한 것이겠죠? 그러고 보니 어쨌든 상표권 인수는 인수네요. ^^

이번 NHN의 제로보드 인수 발표에 대해 (현재 NHN 직원이자 제로보드 소유자였던) 고영수님이 밝힌 "제로보드의 모든 결정과 진행은 PM인 저에게 권한이 있다"는 말은 NHN에 근무하는 동안에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역시 NHN은 똑똑합니다. 외국 같으면 적어도 몇 백만 불은 주고서 인수했을 기술을 단지 개발자 인건비 및 기타 부대 비용만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영수님이 NHN에서 퇴직을 하여도 제로보드는 계속 NHN의 소유로 남을 것입니다.

NHN이 제로보드에 대한 상표권을 소유하게 되었으므로 오픈소스니 GPL 라이선스니 하여도, 적어도 법적으로는 NHN 소유입니다.

1) NHN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2) 실질적으로 제로보드를 소유하면서,
3) 오픈소스에 기여한다는 생색을 내고,
4) TNC(태터툴즈), 그리고 다음과 TNC의 제휴에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뛰어난 묘수입니다. 일단 저렴하므로 혹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데미지가 없으니까요. 다만 이 정도의 인수(?)에 만족해야 하는 국내 개발자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댓글 18개:

익명 :

너무 소설적 관점이네요.
내용을 확실히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고.. 계약서 전문을 보지 않느상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사실같이 또는 은유적으로 주입시킬려는 경향이 있네요.
모든건 계약서전문을 보지 않는 상태 그리고 프로그램은 결국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올건데 ex버전 뒤 버전을 퇴사후 만든다면 이런 논리도 말이 안되는것 아닌가요 ㅎㅎ

바비(Bobby) :

To 익명님/ 글쎄요, 제 얘기가 소설적 관점 같지는 않습니다.

고영수님께서 NHN 퇴직 후 제로보드에 대해 어떤 소유권을 가질까요? 퇴직 시, NHN이 소유한 상표권을 고영수님께 반납 해줄까요?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 있을까요? 그렇다면 제 얘기가 틀렸을테지요. ^^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적어주신 내용 "ex버전 뒤 버전을 퇴사후 만든다면 이런 논리도 말이 안되는것"이라고 하신 부분은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퇴직 후에는 만들면 당연히 안된다는 뜻으로 쓰신 말인지..

어쨌든 제가 위에 말씀드린 사항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익명 :

위 익명님의 의견은, 고영수님이 퇴직한 후에 제로보드 신버전을 만든다면, 자동적으로 류한석님의 추측이 틀렸음이 증명되는 것 아니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익명님의 의견이든 류한석님의 의견이든 현재로선 둘 다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네요. 그런 의미에선 '위에 말씀드린 사항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까지 단언할 수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위에 쓰신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현재로선 그저 류한석님의 추측일 뿐이니 말이죠.
(그런 점에서 익명님의 '소설적 관점'이란 의견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바비(Bobby) :

To 익명님/ 덧글들이 모두 익명이네요. 실명이 아니면 닉네임이라도 적어주시면 좋을텐데요. (다른 분인거 같은데 혼동이..)

소설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알고 있는 기업의 생리, 그리고 회사 정책상 당연히 "상식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니면 굳이 회사 명의로 상표권을 확보했을 이유도 없고요. 기업의 속성과 정책을 간과하면 안되죠.

지극히 상식적이고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일 제 의견이 틀렸을 경우, 사실을 정정하겠습니다.

익명 :

첫눈은 인수하는데 350억 원이나 투자했으면서 제로보드 인수? 또는 지원?하는데는 350분의 1도 투자하지 않는거 같네요...

첫눈은 인수하는데 돈이 남아돌아서 350억 원이나 투자했나 보네요...

바비(Bobby) :

To 독자님/ 첫눈의 경우 구글과 NHN을 저울질하며 경쟁을 시켰기 때문에 그런 성과가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교훈 하나. 이런 일에 있어 피인수자의 관점에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면 비즈니스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익명 :

제 상상(?)으로는 제로님이 꽁으로 넘겼을까? 라고도 생각해봅니다.

Unknown :

제가 생각하기에도 개발의 노력 및 평판에 상응하지 못하는 거래가 된듯 합니다. 뉴스에서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대 기업의 거래에서 개인이 손해를 보는 일이 많은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바비(Bobby) :

To hook님/ 그건 아무래도 공개되기 전에는 알 수가 없겠네요. ^^

To crowe님/ 상응하지 못하는 거래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이 국내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익명 :

다음의 태터를 보고 네이버가 제로보드를 먹었군요. 물론 제로보드가 낡긴 했지만, 저작권자를 저렴한 가격에 모셔다가 자르기만 하면 권리가 넘어올 계약을 맺다니요. 역시 우리의 삼성 마인드, 멋집니다! -_-

익명 :

hkpco

직무발명법에 관한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http://www.skyiplaw.com/seb3-1_v.html?table=note1&num=16

바비(Bobby) :

To 익명님/ 링크를 보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삭제되었다기보다는 개정된 것이군요.

알짜매니아님은 회사의 정책을 말한 것이고,

그 의미는 그대로 살아있네요. 그렇죠?

익명 :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기 시작했다고 보는건 지나치게 긍정적이기만한 관점인가요?

바비(Bobby) :

To mk님/ 아뇨, 그렇게 생각해도 좋죠.

어차피 유일한 진실은 없는걸요.

익명 :

제 경우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데 몰두하라. 단 발명한 것이 상품화에 성공했을 땐 판매될 때마다 개당 얼마씩 로열티를 너에게 주겠다'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엄연히 직무발명의 범주였지만 최소한 저에겐 로열티라는 무기가 있었죠.

하지만 제로보드 만드신 분은 그냥 책상하고 PC지원 받고 월급 받고 땡인 것 같습니다.

제로보드는 원래 NHN과 무관하게 고영수님이 독자적으로 진행하시던 오픈소스 프로젝트였는데 이번 계약을 계기로 NHN의 업무의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고영수님은 단순히 NHN의 직원 신분으로 직무발명 개념으로 제로보드를 개발하시는 것이 되었습니다.

자유발명에서 직무발명으로 바뀌었는데 '내가 PM입니다' 또는 '모든 일은 내가 진행합니다' 같은 게 뭔 소용인지...

제로보드를 NHN에 통째로 넘기는 대신 강한 승부수를 띄우셔서 SHARP에다 음성인식 전자사전 넘기고 1억엔 받은 손정의씨처럼 하든가 제로보드를 넘기길 거부하던가 택일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NHN하자는대로 하신 것 같네요.

너무 착하셔서 그런가...-_-

Jaeho Shin :

"NHN이 제로보드에 대한 상표권을 소유하게 되었으므로 오픈소스니 GPL 라이선스니 하여도, 적어도 법적으로는 NHN 소유입니다."

GPL이 국내에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미인가요?

네이버가 제로보드를 소유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권리를 부여하지 못합니다. 제로보드에 GPL을 새겨두기로 했다면 모든 개작은 공개해야 합니다. 네이버에서 고쳐서 쓰든, 누가 고쳐서 쓰든 말입니다. 고영수님 개인의 "제로보드"에 대한 권리를 걱정해주시는 것이라면 모를까, 제로보드를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누가 제로보드를 소유하는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나중에 네이버가 제로보드를 고쳐서 혼자서만 쓰는걸 발견하면 법적 조치를 취해서 모두가 공유하면 되니까요.
혹시 "제로보드"란 이름 사용이 문제가 된다면 까짓것 "하나보드"로 프로젝트를 fork하면 되겠죠. "하나보드"도 뺏기면 "두리보드", "서이보드", ... ^^

기업에게 있어 오픈소스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사회공헌 홍보 + (매우 불안정하고 희박한 가능성의) 초저비용 개발/기술지원 아웃소싱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GPL의 덫에 물린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쥐고 있는 경우에는, 잘 해야 본전, 제대로 관리 못하거나 오용하면 욕 먹고 이미지 손상만 입는 불리한 입장에 처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최소한의 효과를 챙기고 있다고 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저작물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회사가 부리는 잔재주가 개탄스러울 수는 있어도, 오픈소스 모델에 대해서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바비(Bobby) :

To netj님/ 저는 상표권의 소유에 대해 언급한 것입니다. 상표권과 저작권은 구분되는 것이죠. 그리고 GPL인 것과 수익 모델, 비즈니스는 별개입니다. GPL을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그것을 오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udanax :

>> 물론 제로보드가 낡긴 했지만, 저작권자를 저렴한 가격에 모셔다가 자르기만 하면 권리가 넘어올 계약을 맺다니요. 역시 우리의 삼성 마인드, 멋집니다! -_-


잘 안쓰는 표현이지만,
캐공감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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